하이트진로·솔루엠까지? K-뷰티 투자 뛰어든 대기업·중견기업의 속내
발행일: 2026년 4월 6일 · CNEC 뉴스레터
브랜드 대표님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메가와리 노출이 점점 힘들어져요. 돈 많은 중견기업급에서 화장품 만들어서 유료 광고를 다 해버리니, 큐텐 입장에서는 돈 쓰는 곳에 좀 더 기회를 주더라고요.”
저도 계속 느끼고 있는 건데요. 뷰티 시장의 자본규모와 인력 수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화장품을 만들어본 적 없는 회사들이 수백억 단위로 들어오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 돈이 시장을 바꾸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먼저, 그다음 일본에서 미국까지 갑니다.
화장품 안 하던 회사들이 전부 뛰어들었습니다
코스피 상장사 솔루엠. 원래 전자부품·진단키트 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자회사 솔루엠헬스케어를 통해 화장품 ODM 기업 지디케이화장품 지분 54.6%를 약 4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기업가치 800억 원 평가. 진단 사업에서 뷰티·미용으로의 확장을 공식화했습니다.
서울리거. 원래 의톡신·필러 유통 + MSO하던 회사입니다. 화장품 ODM 전문기업 ‘코스리거’를 설립한 데 이어, 스킨케어 브랜드 ‘비플레인(beplain)’ 운영사 모먼츠컴퍼니를 인수 완료했습니다. 모먼츠컴퍼니는 매출 891억, 영업이익 57억(+272%). 제조(ODM)와 브랜드를 동시에 확보하며 화장품 중심으로 사업을 완전히 재편했습니다.
무신사.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 700개 이상 브랜드가 입점하는 대규모 뷰티존을 조성합니다. 성수·홍대에 단독 뷰티 편집숍도 오픈 예정이에요. 뷰티 전문 인력 대규모 채용도 시작했습니다. 영업, 마케팅, MD까지 두 자릿수 규모입니다.
비앤비코리아(하이트진로 계열). IPO를 준비 중입니다. 달바글로벌 외주 금액만 약 396억으로, 비앤비코리아 매출의 절반 가량. 주류 그룹이 인수한 화장품 ODM 기업이 상장까지 가는 거예요.
구다이글로벌. IPO 주관사 선정 입찰을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기업가치가 10조 원. 에이피알과 비슷한 멀티플입니다.
레페리. 인플루언서·크리에이터 기반의 뷰티 특화 마케팅 회사.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뷰티 MCN 1호 상장 사례가 될 수 있어요.
하이트진로 그룹. 계열사 서영이앤티가 화장품 ODM 기업 비앤비코리아를 통째로 인수했고, 이제 IPO까지 추진 중.
신세계푸드. 색조 화장품 ODM 전문기업 씨앤씨인터내셔널에 500억 투자.
다이소. 화장품 매출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신장률 85% → 144% → 70%), 입점 브랜드 150개를 돌파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까지 전용 세컨 브랜드를 만들어 입점.
왜 하필 화장품일까요
뷰티만큼 매력적인 신사업이 없으니까요. 식품, 주류, 진단키트. 전부 성장이 멈췄거나 꺾인 산업들입니다. 거기서 신사업을 찾아야 하는데, K-뷰티 수출이 102억 달러를 넘기면서 20.6% 성장한 걸 보고 있으면 눈이 안 갈 수가 없겠죠.
게다가 화장품은 구조적으로 매력적인 사업입니다. 잘 되는 브랜드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이 15~25%대. 식품이나 주류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숫자예요. ODM을 활용하면 공장 없이도 3개월이면 브랜드를 만들 수 있고요. 인프라도 다 깔려 있습니다. 코스맥스·한국콜마 중심의 ODM 생태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갖춰져 있고, 국내에는 올리브영이라는 검증된 유통 채널이 있고, 해외에는 아마존·큐텐이라는 이커머스 파이프라인이 이미 열려 있습니다. 일본과 미국에서 화장품 수입 1위 국가가 한국이에요.
예전이었으면 이 기업들이 안 들어왔을 겁니다. 지금은 브랜드만 만들면 제조도, 유통도, 해외 판로도 갖다 쓸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된 거예요. 본업에서 성장이 안 되는 회사 입장에서는, 이 타이밍에 안 들어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겁니다.
국내에서 먼저 벌어지는 일
문제는 이 자본들이 들어오면서 국내 뷰티 시장의 경쟁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올리브영 입점 경쟁이 더 치열해졌습니다. 60%정도의 수수료에 광고비, 할인까지 필요한 상황에서 마이너스 수익을 보면서도 올리브영 판매를 해야 하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습니다. 무신사가 뷰티 편집숍을 열면서 채널이 파편화되고, 다이소가 초저가로 진입하면서 가격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비도 올랐습니다. 국내 화장품 업종 디지털 광고비가 22% 증가했어요. 자본력 있는 중견기업 이상이 광고 예산을 쏟으면, 같은 키워드·같은 지면에서 인디 브랜드의 노출 단가는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인플루언서 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뷰티 기업은 뷰티 마케팅 노하우가 없으니까 인플루언서에 더 많이 의존합니다. 수요가 늘면 단가가 오르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결국 자본이 부족한 인디 브랜드들은 같은 돈으로 같은 성과를 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밸류체인 자체도 바뀌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가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하고, 솔루엠이 지디케이화장품을 인수하고, 서울리거가 코스리거를 만든 건 다 같은 맥락이에요. ODM이 더 이상 ‘하청 제조사’가 아니라 인수 대상이 된 겁니다. 중기부와 코스맥스·한국콜마가 400억 K-뷰티 펀드를 결성한 것도 같은 흐름이고요. 이게 왜 문제냐면, 인디 브랜드 입장에서는 제조 파트너의 우선순위가 밀릴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ODM이 대기업 계열에 편입되면, 소량 주문하는 소규모 브랜드보다 모회사 물량이 먼저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조 슬롯, 원료 수급, 신제형 개발 우선권. 자본이 밸류체인 위쪽을 잡으면, 아래쪽에 있는 브랜드는 선택지가 줄어들어요. 결국 자본이 부족한 인디 브랜드들은 마케팅에서도, 제조에서도,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여파가 일본까지 갑니다
일본은 K-뷰티 글로벌 진출의 1순위 시장입니다. 시장 규모도 크고, 한국이랑 소비 패턴이 비슷하고, 규제도 미국(MoCRA)이나 유럽(CPNP)만큼 까다롭지 않으니까요. 큐텐이라는 검증된 이커머스 플랫폼에 메가와리라는 연 4회 대형 행사까지 있습니다. 큐텐 스킨케어 상위 20개 중 19개가 한국 브랜드일 정도로, 이미 K-뷰티가 장악한 시장이에요.
근데 국내에서 자본 경쟁에 밀리기 시작한 흐름이 그대로 일본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중견기업 이상들이 “글로벌 진출 첫 타겟은 일본”이라고 하면서 메가와리 구좌를 나눠 가지기 시작했어요. 노출 단가가 오르고, 일본 현지 인플루언서 비용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자본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마케팅 앞에서, 제품력으로 먼저 자리 잡았던 브랜드들이 같은 비용으로는 같은 노출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어요. 처음에 말씀드린 그 대표님의 이야기가 바로 이겁니다. 메가와리에서 같은 비용을 써도 예전만큼 노출이 안 되는 이유. 큐텐 입장에서는 더 많이 쓰는 곳에 기회를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