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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팔았는데 손해였습니다 — 올영 세일의 함정

발행일: 2026년 7월 6일 · CNEC 뉴스레터

다 팔았는데 손해였습니다 — 올영 세일의 함정

한 지인 뷰티 브랜드 대표님이 올영 세일 정산서를 보여줬습니다. 5만개 발주한 기획 제품은 완판이었습니다. 그런데 순이익은 마이너스였습니다. “다 팔았는데 왜 손해죠?”

드문 경우가 아닙니다. 저희가 1,000건 이상의 뷰티 숏폼 캠페인을 진행하며 가장 자주 들은 고민입니다. 올리브영 매출이 오를수록 브랜드가 남기기 어려워지는 구조를, 데이터로 정리했습니다.

1. 올리브영 성장의 상당 부분은 브랜드가 만든다

올리브영 실적입니다. 매출 5조 8,335억 원으로 21.8%, 영업이익 7,447억 원으로 22.5% 늘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런데 성장을 누가 만들었는지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올영 1위”를 내걸고 메타 광고를 돌리는 것도, 세일에 “지금 올영 세일 중”이라며 제품을 태그하는 연예인·인플루언서도 다 브랜드가 돈을 댑니다. 올리브영은 모델비도 광고비도 크게 들이지 않습니다. 브랜드들이 각자의 비용으로 “올영에서 산다”고 알립니다. 브랜드가 집행한 광고비가 결국 올리브영으로 유입을 만듭니다. 결국 매출을 만든 것도 브랜드, 고객을 데려온 비용을 낸 것도 브랜드입니다.

2. 아낀 비용은 올영의 PB와 해외로 간다

남이 알리는 비용을 대신 써주니, 올리브영은 그 여력을 자기 사업에 씁니다. 바이오힐보, 웨이크메이크, 브링그린 등 PB 브랜드 14개를 운영하고, PB들의 해외 매출은 2,937억 원으로 51% 늘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첫 매장을 냈고, 폴란드 유통사와 유럽 진출도 준비 중입니다.

그렇다고 브랜드에게 이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올리브영에서 연매출 100억을 넘긴 브랜드가 116개로, 3배로 늘었습니다. 거기서 크는 게 실제로 됩니다. 저희에게 문의하는 브랜드도 광고 랜딩페이지를 자사몰이 아니라 올리브영으로 지정합니다. 세일 기간에는 더 그렇습니다. 브랜드가 올영을 못 놓는 건 감정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다만 핵심 질문은 ‘얼마 파느냐’가 아니라 ‘팔고 얼마 남느냐’입니다.

3. 세일 순위 경쟁은 곧 시딩 물량 경쟁이다

자사몰이나 쿠팡은 자체 광고를 붙일 여지가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브랜드가 플랫폼 안에서 직접 태울 광고 지면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인플루언서 시딩에 예산이 몰립니다. 세일 순위를 끌어올릴 방법이 사실상 그것뿐이기 때문입니다.

방식은 대부분 같습니다. 세일에 맞춰 같은 날 비슷한 기획의 릴스를 수십 개씩 올리고, 스토리로 기획전 트래픽을 올리고, 스레드까지 더합니다. 한 브랜드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세일 기간에는 다수 브랜드가 동시에 이 방식을 씁니다. 다 같이 물량을 늘리면 시딩 단가만 오르고 순위 효과는 서로 상쇄됩니다. 순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가구매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올리브영은 아마존·쿠팡·네이버에 비해 순위와 리뷰에 대한 플랫폼 검증이 가볍다는 얘기가 현장에서 돕니다.

4. 완판해도 마이너스, 그런데 올영은 손실이 없다

세일과 각종 비용을 얹으면 유통 수수료가 60%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세일용 기획세트 수만 개 재고 비용, 인플루언서 시딩비, 메타 광고비를 더합니다. 이 비용을 모두 얹으면 완판을 해도 순이익이 마이너스인 경우가 나옵니다. 처음의 그 대표님이 이 경우였습니다.

반대로 올리브영은 손실 위험이 없습니다. 브랜드가 각자 마케팅을 하고, 팔리면 수수료만큼 남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순위 경쟁 과정에서 가구매로 부풀려진 매출도, 올리브영에는 그대로 수수료 수익입니다. 팔린 방식이 무엇이든 매출이 잡히면 올영은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플랫폼이 가구매를 강하게 막을 유인이 크지 않은 구조라는 뜻입니다. 앞의 5조 8,335억, 그 성장의 비용과 위험은 브랜드가 지고, 수익은 올리브영이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정리하면, 대표님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수수료 60% 구조에서 ‘완판’을 목표로 잡으면, 많이 팔수록 더 많이 잃을 수 있습니다.

5. 정리 — 목표를 ‘완판’에서 ‘순이익’으로

올리브영은 좋은 채널입니다. 5조 8,335억, 100억 브랜드 116개가 보여줍니다. 안 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세일에서 브랜드가 잡아야 할 목표는 완판 수량이 아니라 정산서의 순이익입니다.

브랜드 운영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