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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간판 달고 들어오는 중국 브랜드들

발행일: 2026년 4월 27일 · CNEC 뉴스레터

K-뷰티 간판 달고 들어오는 중국 브랜드들

중국 왕홍 한 명을 만났습니다. 라이브 커머스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식사를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3분에서 5분이면 끝나요. 시간이 아까워서요."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진짜로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라이브 한 번에 수십억이 오가는 시장이거든요. 중국에서 왕홍 쉬샨이라는 사람은 13시간 라이브 한 번에 211억원을 팔았고 청담글로벌이 왕홍 샤오란과 같이 한 콰이쇼우 라이브는 17시간 만에 40억원을 찍었습니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쓰는 게 그들에겐 그냥 일상입니다.

관계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더우인(틱톡) 팔로워 0명 상태에서 유명 왕홍 라이브에 1~2분 출연했는데 팔로워가 12만이 됐다고 합니다.

중국 뷰티 회사들이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미국에도 법인을 세워서 K-뷰티처럼 미국 시장에 들어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본인이 아는 것만 해도 여러 곳이라고 했습니다.

자본이 무서운 게 아닙니다. 인프라가 무서운 것도 아니고요. 밥 먹는 시간 3분이 아까운 사람들이, 한국이 10년 걸려 만든 길을 그대로 타고 들어오겠다는 게 무서웠습니다.

C-뷰티가 K-뷰티가 만든 길을 그대로 타고 미국에 들어오고 있고, 거기에 한국 인디 브랜드만 원가 충격까지 맞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 격차가 구조적으로 벌어지는 시점입니다.

이미 K-뷰티인 척 들어온 브랜드가 있습니다

JiYu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80억 투자받고 매출 1,000억 트래킹 중인데, 알고 보니 K-뷰티 간판을 단 중국 자본 브랜드였습니다. 공식 사이트 About Us에 "JIYU 브랜드의 공식 제조 파트너이자 공인 유통사는 Zibo Zhance Trading Co., Ltd"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Zibo는 중국 산둥성의 도시입니다.

그 왕홍이 말한 "여러 곳"이 바로 이런 형태입니다. 한국 ODM에서 만들어서, 한국 디자인 입혀서, 미국에서 K-뷰티로 팔리는 구조. 미국 소비자한테는 그냥 한국 브랜드로 보입니다.

중국이 한국 시장을 빠르게 빼앗고 있습니다

C-뷰티가 자국 시장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50.4%로 외자계(49.6%)를 추월했는데, 2년 만에 67%까지 올라갔습니다.

같은 속도로 한국이 중국 시장을 잃고 있습니다. 관세청 기준 대중국 화장품 수출액이 48.8억 달러에서 25억 달러로 3년 만에 반토막 났습니다. 식약처 발표 기준 미국 수출은 +40.9% 성장한 반면, 중국 수출은 -9.6% 감소했고요.

수출 성장률을 보면 그림이 더 선명합니다. 미국 ITC 자료 기준 4년 연평균 수출 성장률이 한국은 6%, 중국은 18%였습니다. 한국이 중국 시장을 잃은 속도와,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 들어오는 속도가 거의 같습니다.

이미 미국에서 1위 카테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화시쯔(Florasis)는 도쿄 긴자식스에 첫 해외 플래그십을 열었습니다. 디올, 생로랑 옆자리입니다. 일본이 이미 화시쯔 해외 매출의 40%를 차지합니다. 플라워노즈는 미국 얼타뷰티에 입점했고, 서울 성수동 팝업은 2주 만에 27,000명이 다녀갔습니다.

TikTok Shop 미국에서는 뷰티 카테고리 GMV의 22.4%를 중국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1위 카테고리입니다.

K-뷰티 가품도 같은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데이터로 K-뷰티 가품 적발 건수가 16,774건에서 36,116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한국 ODM이 C-뷰티 제품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복잡한 지점이 있습니다. C-뷰티 브랜드들이 한국 ODM과 손잡고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코스맥스, 한국콜마 모두 중국법인에서 C-뷰티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다올투자증권은 "C-뷰티 글로벌 침투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며 코스맥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고요.

20년 가까이 화장품 업계에 있던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중국 뷰티 기업들이 우리나라 ODM·OEM과 손잡고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제조 기술 측면에서는 사실상 국내 화장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K-뷰티가 만들어 놓은 ODM 인프라, 아마존·TikTok Shop 같은 플랫폼 노하우, 시딩·공구 같은 마케팅 모델. 이걸 다 학습한 상대가, 식사 3분으로 사는 강도로 들어오는 겁니다. 화장품은 부자재가 비싸다고들 하는데, 부자재가 가장 저렴하고 종류도 많은 곳이 또 중국이고요.

거기에 한국 인디 브랜드만 원가가 오릅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나프타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 기준 나프타 가격이 전월 대비 68% 올랐고, 국제 가격은 배럴당 60달러대에서 14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한국이 나프타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그중 77%가 중동산이라, 가장 취약한 구조입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는 2~3개월 비축분으로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결국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가장 큰 타격은 인디 브랜드입니다. 대기업 우선 공급 구조라서, 발주한 용기가 제때 안 오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근데 중국은 이 위기를 거의 안 맞고 있습니다. 미국이 제재한 이란·러시아 원유를 할인 가격에 사들여서 전략비축유 109일치를 쌓아뒀거든요. 중국 GDP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고요. 식사 3분 강도에, 원가 우위까지 얹힌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