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과 블랭크: 5개 vs 30개 브랜드, 1.5조 매출 비결은?
발행일: 2026년 4월 20일 · CNEC 뉴스레터
11년 만에 3.6조를 만든 공식
에이피알 김병훈 대표, 포브스 한국 부자 21위에 올랐습니다. 37살에 순자산 약 3.6조. 가업승계도 아니고 직접 창업한 회사로 이 정도 만든 게 대단합니다. 11년 만에 3.6조를 만든 공식이 뭐였을까? 계속 생각하게 됐습니다.
블랭크와 APR, 같은 DNA에서 시작했습니다
APR은 사실 블랭크보다 1년 먼저 시작한 미디어 커머스 1호였습니다. 두 회사 DNA가 거의 똑같았습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영상으로 팔고, 자사몰 D2C 구조. 한때 둘 다 매출 1,000억대였죠.
근데 이후 길이 완전히 갈렸습니다. 블랭크는 브랜드를 30개까지 늘렸다가 11개로 줄였습니다. 116억 적자를 봤고요. 베개, 발팩, 주방, 반려동물까지 카테고리가 계속 확장됐거든요.
APR은 반대였습니다. 에이프릴스킨, 메디큐브, 널디·포맨트까지 론칭한 뒤로 브랜드를 거의 늘리지 않았습니다. 자사몰 기준 5개 브랜드를 11년째 유지 중이에요. 블랭크가 30개에서 11개로 줄이는 동안, APR은 5개에서 5개로 유지했습니다.
핵심 고객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김병훈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해서 밥을 안 먹을 수는 없다. 우리가 제품을 필수재로 자리 잡게 한다면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팔릴 것이다."
에이피알은 이 방향을 실제로 실행했습니다. '에이지알' 디바이스 구매자에게만 주던 반값 할인 혜택을 메디큐브 전체 회원으로 확대했고요. 디바이스를 사는 30~40대 고객과 화장품만 쓰는 20대 고객을 하나의 멤버십으로 묶는 구조입니다.
에이프릴스킨이 20대를 잡고, 메디큐브가 그 고객을 30~40대까지 끌고 올라가고, 에이지알 디바이스가 다시 같은 고객을 받아주는 구조입니다. 브랜드는 3개지만 고객은 한 명이에요.
매출 1조 5,273억 중 메디큐브 단일 브랜드가 1조 4천억. 회사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메디큐브 하나에서 나옵니다.
자사몰 800만 + 카카오 채널 146만, 플랫폼 밖에 고객을 쌓았습니다
자사몰 가입자 800만 명. 카카오톡 채널 친구 146만 명.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자사몰은 11년간 쌓은 숫자입니다. 카카오 채널은 에이프릴스킨 35만, 메디큐브 110만을 합친 수치고요.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올리브영·쿠팡 수수료 없이 자기 고객한테 직접 판매할 수 있어요. 영업이익률이 20%대로 뛸 수 있는 이유입니다.
또 플랫폼 광고 단가는 계속 오르고 개인정보 규제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죠. 자사 회원 데이터와 카카오 채널로 CRM을 직접 돌릴 수 있는 브랜드는 이런 변화에 덜 휘둘립니다.
그리고 5개 브랜드 사이에서 고객이 순환합니다. 에이프릴스킨으로 가입한 20대한테 30대가 되면 메디큐브를 보여주고, 에이지알까지 연결할 수 있는 구조이죠.
해외는 유통 채널로, 국내는 자사몰로
국내만 잘한 게 아닙니다. 글로벌 유통 채널 진입 속도도 빠릅니다.
영국 틱톡샵은 입점 4개월 만에 뷰티 카테고리 1위. 미국 아마존은 토너 카테고리에서 1위를 유지 중입니다. 유럽 아마존에서는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모두 톱100에 진입했고, 미국 울타뷰티에도 입점했습니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까지 올라왔습니다. 미국 37%, 일본 12%, 중화권 8%, 나머지가 유럽과 동남아입니다.
국내는 자사몰로, 해외는 유통 채널로. 이 이원 구조가 제대로 맞물렸다는 게 진짜 강점이라고 봅니다. 자사몰만 있으면 해외 진입 속도가 안 나오고, 유통만 있으면 수수료와 플랫폼 의존이 커지거든요. APR은 국내에서 쌓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외 유통에 빠르게 올라탔어요.
APR의 다음 무대는 K-뷰티가 아직 선발대가 없는 시장, 남미와 중동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국·프랑스 같은 성숙 시장에서 이미 1위를 찍은 회사가 성장기 시장에 먼저 들어가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운으로 여기까지 온 회사는 아닙니다.
"R&D 투자 적다"는 비판, 다른 관점으로 보면
연구개발비가 매출의 0.5%(35억)에 불과합니다. 반면 광고선전비와 판매수수료는 매출의 30.7%. 아모레퍼시픽(22.56%)보다 약 8%p 높습니다. "R&D는 안 하고 광고로 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숫자만 보면 맞는 말입니다. 다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APR은 R&D 대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 비용을 더 쓴 회사입니다. 먼저 ODM 위탁생산으로 고정비를 최소화했습니다. APR 종업원 급여는 매출의 4.76%. 아모레퍼시픽(20.81%)의 1/4 수준입니다. 그렇게 아낀 고정비를 마케팅과 고객 확보에 그대로 투입했고, 결과가 숫자로 보입니다.